어제 퇴근길에
그리고 퇴근 후 집안 일 하면서
이걸 어떻게 해야
좀 더 확실히 매듭 지을 수 있을까
고민을 해봤는데
시어머니가 생각 나더라구요.
내가 흠이 될까
책잡히는거 아닐까
걱정도 했지만
흠이 되고 책잡히는 일이 된다면
그건 그때가서 걱정하자 싶었어요.
며느리 본분
아내 본분 운운하실 분 아니니
걱정말자고 다독였어요.
저희 시어머니 짱 좋은 분이세요.
가까운 거리가 아니라서
자주 찾아뵙진 못해도
짬날때마다 찾아뵈려고 하는데
그래도 일년에 명절포함 세네번..
갈때마다 넉넉히는 못 챙겨드려도
30만원 정도씩 챙겨 드리는데
하루 이틀 있다가 다시 올라올 때
음식 가져가봤자
너희 바빠서 먹지도 못하는데
처리하기 힘들다고
올라가는 길에 경비 보태고
가서 맛있는거 사먹으라며
50만원씩 돌려주세요.
처음부터,다르게 살아서 입맛도 다른데
가져가서 못먹음 어쩌냐고 음식 같은거
쟁여주지 않으셨어요.
아 명절음식은
좋은것만 골라서 담아주시구요.
항상 제 편이 되어주시던 분이라
퇴근때부터 고민하다가
어머님이랑 통화 했어요.
슬쩍 남편 반찬투정에 대해 이야기 하면서
힘들다고 투정을 부렸더니
저희 어머님 성격 괄괄하시고
남자만 있는 집이라
아들에게 거친거 알고는 있었는데 ㅋㅋ
"그 새낀 아직도 정신 못차리고 그 지.랄이여?"
토씨 하나 안틀리고 이렇게 말씀 하시던
반찬 사서 먹는거
어머님 생각 어떠시냐고 여쭤보니까
나도 결혼하고 30년을 반찬 사다 먹고 싶었다
근데 그 시절에는
그런게 없어서 못해봤다며
아가 넌 꼭 편하게 살아라
이러시더라구요.
그래서 솔직히 말씀 드렸어요.
반찬이랑 국이나 찌개 배달 해주는 곳이 있는데
한달에 12만원 정도고 주 3회 받는데
반찬값이 엄청 줄었다.
덕분에 남편이랑 저랑 용돈 올렸다 했더니
잘했다 잘했다.
일하면서 밥까지 하려면
그게 얼마나 일인지 아니? 이러시데요 ㅎㅎ
그러면서 말씀 하시더라구요.
시부모님 맞벌이 하셔서
남편은 모시고 살던 할머님께서 돌보셨는데
그 노인네 어찌나 극성 맞았는지
우리 집안 장손이라며
매끼니 따뜻한 밥 해서 먹이셨다고
먹고싶다는대로 고기며 햄이며 반찬까지
바꿔가며 밥상 해다 바쳐서
할머니 돌아가신 후에
어머님은 남편때문에 맘고생 많이 하셨다고
밥 문제로 내 아들이지만
저걸 내 속으로 낳았나 그런생각도 많이 하시고
반찬 투정하면 밥그릇 치우라고
말 안들으면 줘 패도 된다고 ㅋㅋㅋ;;
오늘 남편 퇴근하면 이야기 할건데
싸움 될 것 같다 했더니
싸우면 엄마한테 전화하라고 하시면서
잘 될거다 해주셨어요.
어찌나 힘이 되던지!!!
그리고 남편은 8시 40분경 집에 도착했고
또 역시나 말 한마디 안하더군요.
거실에 앉아서 티비만 보고 있길래
"재밌는 글 있던데 한번 읽어볼래?"
했더니 대답도 없이 쳐다보기만 하더라구요.
노트북 가져다가 켜주고
"한번 읽어봐, 재밌더라" 했죠
본문 글 읽다말고 절 쳐다보길래
계속 읽으라 했어요.
다 읽고 알아서 댓글 읽더라구요.
읽자마자 얼굴 빨개지기 시작하더니
표정 관리도 안되고 다 읽지도 못하고선
"야 !!!!!!!!!!!!!!!!"
소리는 왜질러? 이러니 흥분해서 혀도 꼬이고
횡성수설 하면서 혼자 악을 쓰는데
대답 한마디도 안했어요.
넌 니 남편 이렇게 욕 먹이고 싶냐고
악을 악을 어찌나 쓰는지..
"니가 인터넷 올려도 된다며 물어보라며"
이러니까 꼭 이렇게 나쁘게 써야 했냐며 ㅋㅋ
가감해준게 더 많았는데ㅡㅡ..
그냥 어머님께 전화 걸었어요.
폰 만자니까
이 상황에 폰을 왜 만지냐고
또 악을 쓰길래
어머님한테 전화 한다 했더니 조용해지데요.
전화 스피커폰으로 상태 연결 하고
어머님 전화 받자마자
"엄마!!!" 소리 지르더니
혼자 또 막 소리질러가며 이야기 시작하는데
어머님이 같이 소리 지르심..ㅋㅋㅋㅋㅋ
"시끄러!!! 뭘 잘했다고 니가 큰소리를%$$"
서로 소리 지르면서 욕배틀 하는데 와..
소리가 너무 커서 스피커 소리가 찢어지게
들려서 무슨 말인지도 모르겠고
그냥 지금 뭔가 욕은 하는것 같은데
어떤 욕인지도 모르겠고 ㅋㅋㅋ..
남편이 조용해지니까
어머님이 버럭 화내면서 소리 지르시는데
"그냥 주는대로 쳐먹어 이새끼야!!"
이 말은 정확히 들렸어요. 남편이 조용해져서
그때부터 어머님만 다다다 말씀 하셨는데
못돼 쳐먹은게 할머니 빼다 박았다는둥
ㅇㅇ이 되도 않은 시집살이 시키니까 좋냐
나도 안하는 시집살이를 왜 니가 시키냐고
언제 인간 될거냐고
내가 이런걸 내 속으로 낳아서
다시 집어넣고 싶다.
어디 잡을 사람이 없어서 평생 보고 살
마누라를 잡냐고 그렇게 잡고 싶으면 와서
니네 아빠나 잡으라고 ㅋㅋㅋㅋㅋ
그 와중에 뒤에서 나는 왜 끼워넣냐는
아버님 목소리 들리고
못된것만 배워서 할머니 하던거
그대로 따라 한다.
40넘어서 라면으로 끼니 때우기 싫으면
있을때 잘해라.
주옥같은 명언들 더 있었는데
기억이 잘 안나요.
어머님 혼자 10분 넘게 이야기 하셨는데
어머님 말씀 하시는게 너무 감사하면서
너무 웃겨서 웃음 참느라 힘들었거든요;;
또 이런 일 생겨서 분란 만들면
내가 나서서 이혼 시키고
ㅇㅇ이 재취? 자리 찾아 보낼라니까
혼자 늙고 싶으면 그렇게 해라 !!
하고 전화 뚝 끊겼어요.
남편은 담배랑 차키 챙겨들고 나가버리더니
11시 넘어서 들어왔어요.
거실에서 부르길래 내가 가야하냐 했더니
방으로 들어와서 자기 변명 하더라구요.
니가 해준 반찬이 먹고싶었다면서
넌 나보다 일찍 퇴근 하니까
괜찮은 줄 알았다.
집 앞 슈퍼에 가면 비름나물 천원 참나물 천원
이렇게 파는데 왜 그 돈 주고 시켜먹는지
이해가 안되더라
그런 이야기를 하더라구요.
그래서 이야기 해줬어요.
퇴근하고 혼자 집안일 하고 밥먹을거 하고
그런 시간이 얼마나 오래 걸리는지 넌 모르고
내가 그렇게 하기 위해 얼마나 노력하는지도
모른다고 넌 그냥 당연하게 생각하는것 같다.
평일에 내가 널 생각해서 집안 일 부담하지
않는걸 당연하게 생각하지 말고
고맙게 생각 해 줬으면 한다.
나도 쉬는 시간 필요하고 너처럼 아침부터
저녁까지 회사에서 시달리다 왔는데
집에 오는 길이 즐거운게 아니라
부업 뛰러 오는 느낌이다.
회사가 본업이고 집은 부업이고
난 쉬는 시간도 없이
투잡 하는 기분이 든다 했더니
그런 부분들 미리 헤아려주지 못해 미안하데요
엄마도 할머니도 당연하게들 다 해놔서
저도 당연히 할 줄 알았데요.
어릴때부터 할머니가 집안일은 여자 몫이다
남자가 하면 꼬추 떨어진다
이렇게 말하면서 키워서
자기는 그게 당연한거라 생각했데요.
아직 다 이해는 안되고 납득도 안되지만
내가 널 힘들게 한건 확실한 것 같고
미안하다고 그러더군요.
앞으로 생활비 관련해서
자기는 손 안대겠데요.
지금까지처럼 알아서 잘 해달라고 그러네요.
남편에게 당장 니가 엄청나게 바뀌어서
나에게 뭔가 해주는걸 바라진 않지만
조금씩 맞추면서 바꿔갔음 좋겠다고 했어요.
연애시절에 나한테 그렇게 헌신적이였던건
본모습 들키기전에 장가 가려 그런거였냐니까
절대 아니라면서 강한 부정을 ㅋㅋ
이번에 이야기 해보고 씨알도 안먹히면
이대론 못산다는 생각 까지 했었어요.
대화를 하다보니 제가 혼자 먹다시피하는
그 12만원이 아까웠단 뉘앙스도 보이지만
일단은 분통 명단에 적어만 놓으려구요.
다음에 또 이걸로 트집잡고 늘어지면
그땐 저도 장담 못할 것 같아요.
남편놈 미워서 돌아서고 싶었는데
어머님 위로 한마디 응원 한마디에
마음이 녹네요.
남편 하나 때문에 돌아서기엔
어머님 앞에 마음이 약해져요.
오늘 일찍 퇴근하니 맛있는거 먹으러 가자는데
져주는 시늉은 해야겠지요.
난 지금 너한테 꼬리 내린게 아니라
져주는거야 ! 그러니 잘하라고 !
라는 느낌을 주는건 어려운 것 같아요ㅠㅠ..
나름 잘 정리 된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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