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다반사 이야기

네이트판 레전드 - 희대의 마마보이 이야기

트러블메이킹 2022. 9. 2.

저는 23살 여자입니다.

작년 초 휴학을 한 저는
첫 아르바이트를 한 카페에서 시작했습니다.


사실 말이 카페지
대부분의 손님이 할아버지,할머니여서
다방같은 분위기였어요.

여자 아르바이트생을 다방아가씨로 생각하는
성희롱 어르신이나 아메리카노 커피 한잔에
따뜻한 물 5컵 달라고 하는 어르신들이
많았지만 대부분은 같이 일하는 이모님이
막아주셔서 즐겁고 재미있게 일했었네요.

그렇게 어르신들만 오는 카페였지만
주말에는 비교적 젊은 20대 후반, 30대
손님들이 채워지곤 했는데


중매 할머니들이 맞선 만남의 장소로
사용했기 때문이었어요.

중매 할머니들은 중매비 외에
맞선남녀에게 커피값 4천원을 받았는데


방에서 맞선이 이루어지는 동안
자신이 마신 커피값을 맞선보시는 분들에게
달아두는 식이었고(후불이었습니다)


때때로는 안 마실테니 3천원만 현금으로
돌려달라고 하시기도 했어요.

별로 좋게 보이진 않았지만
맞선 손님들도 카페의 주 수입원이라


중매 할머니들에게는
여러가지 특혜가 있었습니다.

하루는 일을 하고 있는데
나이 드신 아주머니 한 분이
가게에 들어오셨어요.

일하는 이모님을 붙잡고
여기에 중매하는 사람들이 많이 모인다고
들었는데 가르쳐달라고 하셨어요.

본인 아들이 돈도 잘 벌고 능력도 좋고
외모도 좋은데 왜인지 애인이 안 생긴다며'

이모님은 이 근방에서 가장 발이 넓은
중매 할머니의 연락처를 알려드렸고


아주머니는 고맙다는 인사도 없이
오히려 이모님을 
아래위로 샐쭉하게 흘겨보고 돌아갔어요.

그 다음 주 주말 그날 왔던 아주머니의
아들이 맞선을 봤습니다.


어떻게 그 아주머니의 아들인 줄 알았냐면
그 아주머니가 따라오셨거든요 맞선에..

맞선이 약속된 시간이 한참 지나도
남자는 오지 않았어요.
여성분이 먼저 와서 기다리고 있었는데

약 1시간 혼자서 기다리시다
중매 할머니에게 양해를 구하고


편의점에 다녀오겠다고 나갔는데
그 사이에 남자와 아주머니가 도착했습니다.

남자가 도착한지 10분정도 후에
여자 분이 돌아오셨고
남자는 고개를 쳐들어 여자분을 내려다보면서


테이블을 손가락으로 탁탁 치며
"늦으셨네요?"하고 짜증섞인 목소리..

그걸 본 알바생들은 자신은 1시간 늦게 와놓고
지금 10분 기다렸다고 짜증 내는거야?
하고 황당해하고

맞선을 하는 동안 
여자 분은 예의바르게 계셨지만


남자는 계속 다리를 꼬거나 의자에 
드러누울 듯 기대거나 하며 있었고

그 옆에서 아주머니는 중매할머니를 붙잡고

 

"저 아가씨가 정말 좋은 아가씨가 맞느냐
직업이 뭐냐,연봉이 얼마냐,돈이 많으냐"


중매 할머니를 추궁하고 있었어요
아마 여자 분도 들으셨겠죠

중매 할머니에게 몇 번씩이나 좋은 아가씨라는
확답을 들은 후 아주머니는 만족하며


맞선을 하고있는 테이블에 다가가서
여자 분에게 아들자랑을 하기 시작했어요

자신이 부동산을 하고 있는데 돈이 잘 벌리고
아들이 거기 일을 돕고 있고


언젠가 아들이 자신의 부동산을 물려받으면
자기 아들도 부자라는..

능력있고 돈 잘 버는 아들이라더니
어머니 가게에서 돈 받는거면
의미없는 것 같은데..

아들자랑을 마친 아주머니는 둘을 남겨두고
먼저 나가셨고 중매 할머니는
"하이고..30넘은 아들 선보는데


따라오는 아지매는 처음봤구만.."
하고 푸념하시고 커피값 달아두고 나가셨어요

조금 있다가 맞선을 마치고
여성분은 선약이 있었다며 먼저 나가셨어요

저는 남자 분께 
두 분의 커피 값+중매할머니의 달아둔 커피값
을 계산해드리려 했는데 남자 분의 말씀.


"내가 왜 돈을 내야 해요?"
"아 하나는 
중매 할머니가 드시고 달아두신거에요.


할머니가 말씀 안 해주셨어요?"
"할머니는 말했는데
우리 엄마는 말한 적 없어요"

.....무슨 말이지?

"아까 그 여자는 왜 계산을 안하고 갔어요?"
"보통 맞선 보시는 분들은
남자분이 계산을 하시던데요..하하.."
"우리 엄마는 그런 말 한적 없어요.
나는 돈 못 내겠어요."

힘없는 알바생은 시재가 비면 갈굼당하는 건
자신이라는 걸 알기 때문에


이미 나간 중매할머니와 여자 분을
잡아올 수 없는 이상
이 남자에게 어떻게든 돈을 받아야했습니다

아무리 해도 남자가 돈을 내려고 하지 않자
저는 결국 이모님을 불러서 말씀 좀 해달라고


부탁했는데 이모님이 대면하자
남자는 갑자기 카운터 옆에 놓인 쇼파에
드러누워서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어요

"우리!!!엄마는!!!말한적 없다고오오오오!!!
우리 엄마한테 물어보라고 !!!!!
엄마한테 전화할거라고 !!!!!"

저와 이모님은 서로를 멍하니 바라보았고
저는 그냥 비는 돈을 제 사비로 채워야 하나
고민했습니다.

남자는 한번 더
"엄마한테 전화할거니까 엄마한테 얘기해요"
하고 핸드폰을 꺼내다가
"왜 내 핸드폰 요금을 너네 때문에 써야해!!!
당신들이 전화해 !!!"

그래서 저는 가게 전화로 남자의 어머니께
전화를 걸었어요. 아주머니는
"그까짓 커피 얼마나 한다고 유세에요?
그 중매하는 할머니도 웃기네
그런 일을 할거면 우리 아들한테 말하기 전에
먼저 제 허락을 받았어야 하는거 아닌가요?"

아드님 30대 후반이시라고...

"우리 아들은 제가 말을 안 해줬으니까
모를 수 밖에 없잖아요.
그 할머니랑 당신네들이 잘못한거잖아요."

우리는 뭘 잘못한 걸까요..

"그 할머니랑 아가씨한테 
돈을 받든지 알아서 하세요.
우리 아들이 먹은 건 돈을 내겠어요.
하지만 아들이 먹지도 않은 것에
바가지 씌우는건 못 받아들여요."

이모님은 이 남자도 남자의 어머니도
20대 알바생이 상대할만한 사람이 아니라고
판단하시고 너는 됐으니 빠져도 된다.


다른 일을 하고 있어라 하고 말씀해주셨어요.

그래서 이후는 자세히 보지는 못했지만
결국 이모님이 남자에게서는
맞선을 본 여자 분과 자신이 마신 커피값을
내게 하시고 중매할머니께 연락해
할머니 커피값은 할머니에게 받아내셨어요.

남자는 끝까지
"왜 내가 그 여자가 마신 것까지 내야 돼?"
하고 궁시렁궁시렁거렸고

중매할머니는
"나는 분명히 커피 값 달아두겠다고 말했는디
앞으로 점마한테는 맞선이고 뭐고 안해줄끼라
중매비받고 아가씨한테 미안한 일만 했다"
하며 근방 모든 중매 할머니들에게
남자를 블랙리스트로 만들거라고 말씀하시고
돌아가셨어요

이 이야기는 여기서 끝이고요
그 이후에는 제가 알바를 그만둘 때까지
그 아주머니도 남자도 보지못했네요.


그 이후에 맞선 보신 여자 분과 잘되어서
그랬을지도 모르겠지만..

저는 그전까지 30대가 넘는 사람들은
전부 어른스럽고 철든 사람들만 있을 거라고
생각했었는데 나이가 들어도 아닌 사람도
있다는걸 그때 처음 느꼈어요.

아직도 30대 남자가 엄마를 찾으며 드러누워
소리지르던 광경은 잊혀지지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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