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다반사 이야기

네이트판 레전드 - 모든 결혼생활을 뭐든지 반반으로 실천중입니다

트러블메이킹 2021. 10. 19.

결혼 3년차고요
더러워서 반반중입니다.

집은 결혼할 때 양가 지원금으로 반반 공동명의
혼수도 각자 1000만원씩 차출해서 샀습니다.
결혼식 비용도 반반 냈습니다.

그넫 결혼 생활은 반반이 안되더라고요.

똑같이 일하면서 
집안일은 오로지 다 제 몫이라며

집에만 오면 만성피로에 시달리는 시체 남편 
뻑하면 전화해대서 불러내는 시어머니에
이거 사달라 저거 사달라 하는 시누이에
만나면 용돈부터 달라는 시동생까지

정말 돌아가면서 사람 피를 말리는데
한 일년 참다가 폭발했습니다.

너무 억울하다고요.

반반결혼 했는데
왜 나만 너네 가족한테 불러다니냐고 
너 결혼해서 우리 엄마 아빠한테 
전화 한번 해본 적 있냐고 
아님 내 동생들한테 용돈 한번 줘 본 적 있냐고

거실에 드러누워서 미친 여자처럼 
바닥을 데굴데굴 구르고 
손바닥이 빨개질때까지 
제 가슴을 쳐대며 울었습니다.

그리고 진정하고 그 다음날 아침 식탁에서
남편에게 선언했습니다.

네가 하자고 했던 반반결혼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생활비 100 내놔라, 나도 100 내겠다.
공동지출 외에 보험비,시댁용돈,니용돈
다 니 월급에서 알아서해라.

집안일도 반반이다
네가 설거지 안하면 나도 안할거니까
혹시라도 내가 해줄거란 생각하지마라.

그리고 니 빨래 니가 해라.
군대갔다왔으니 니 셔츠,양말,팬티쯤은
빨수 있지 않냐.

요리는 내가 최소한의 양심으로 해주겠다.
대신 설거지와 음식물 버리는건 네가 해라.
하기 싫으면 먹지도 마라.

그리고 나 앞으로 
꼭 필요하지 않는 경우 외엔 시댁 안간다. 
난 알지도 못하는 네 조상 제사때문에
회사 빠지는 일 없을거고

니 엄마 전화 한통에 쪼르르 불려가서
잔소리 듣는 일도 없을거다. 

대신 너도 우리집 안가도 된다.


남편은 멍하니 있다가 출근해버렸고
아무 말 없으니 알겠다는 걸로 알고
내가 말한대로 하겠다 했습니다.

하루씩 돌아가며 청소했고
남편이 청소 안하면 안한 상태로
며칠이고 그냥 내버려 뒀습니다.
방 바닥이 안보이기 시작하니 알아서 치웁니다.

처음에 팬티는 빨아주면 안되냐고
꼴에 결벽증있어서
하루에 팬티 3개씩 갈아입고 무조건 손빨래

내가 니 팬티 1년동안 
1000번은 넘게 빨아줬는데 
너 나한테 고맙다 한 적 있냐 
손빨래 하는거 힘든거 이제 알았으면
나한테 미안해서라도 
1년은 니가 니 팬티 빨아라 했습니다.

퇴근해서 빨래하는거 싫다고
며칠 밥 안먹고 시위하다
나중엔 밥도 먹고 알아서 팬티 빱니다.

한 3개월 지나니 제 눈치 살살 보며
제가 청소하는 날에도 뭐 도와줄까
하면서 자동으로 걸레질 합니다.

그동안 못해서 안한게 아니고
안하고 싶어서 안한거라 생각하니
열불이 나는데 더 불을 지핀 시댁.

반반 시작하고 시어머니께
이러이러해 앞으로 부르실 일 있으시면 
남편에게 말하세요. 전 남편이 하는대로 할게요
앞으로 한달에 한번 정도나 뵐 것 같네요 
죄송한건 없지만 죄송해요 어머니 했습니다.

정신이 있냐 없냐 난리치시는데
제일 열받은 말이 왜 결혼했냐 였습니다.

그 말에 못참고
그럼 어머니는 왜 아들 결혼시키셨어요?
어머님 아들 결혼하고 
한번도 저희 부모님께 전화 드린 적 없는데
전 왜 어머니 전화 5분 대기조여야 하는데요? 
제 동생은 형부 어려워서 
한번도 용돈달라 소리 안했는데 
저는 왜 당연한듯이 어머니 아들 딸들 
용돈 줘야 하는데요? 라고 대들었습니다. 

쌍욕먹었고 그냥 끊었습니다.

지금까지 2년동안 
시댁 방문한거 10번이 안됩니다. 

욕하고 뭐해도 안듣고 버팅기고 돈도 안주니
어머니도 시동생들도 절 어려워합니다. 
말할 때도 조심조심해서 말하고 

시동생들은 저만 보면 피합니다. 
가끔 성의 용돈 조금 주면 고맙다고
인사 꼭 하고요. 제 눈치만 봅니다.

그렇게 2년 동안 반반 살고 있습니다.

남편은 더이상 집안일을
저의 일로 한정짓지 않고 
당연하다고 했던 것들에 대해
미안한 마음이 들고 있는 것 같습니다.

누가 보면 참 정나미 없는 부부일쎄
욕할 지 몰라도
1년동안 정말 결혼생활에 회의감을 느꼈던지라

저는 지금 이 상태가 너무 좋습니다.
남편과의 사이도 더할 나위 없이 좋아요.

언제까지 이런 반반 결혼이 지속될지 모르지만
그냥 이런 부부도 살고 있어요.
하는 마음에 써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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