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다반사 이야기

네이트판 레전드 - 시댁의 뼈대깊은 유교사상으로 이별했습니다

트러블메이킹 2021. 11. 10.

방금전에 파혼을 한건지 당한건지
헷갈리고 있는 흔녀입니다.
음슴체로 최대한 간단히 쓰겠습니다.

20대 직딩임.
결혼전제로 10개월 정도 만나던 남친부모님께
인사드리러 가게됨.

남친은 그동안 연애사실을 
부모님께 알리지 않다가 
약속잡기 직전에 그냥 통보만 드린 상태였음.

그런데 그 가문전체가 
어마무시한 유교사회를 유지하고 있다고 함.

어느정도인고 하니
종갓댁에서 벌어지는 제사만 일년에 수차례
어른들은 사극에서나 보던 도포에 갓쓰고
참석하신다함.

모든 자손들은 특히 애기들
가문의 족보를 꿰고 있어야하는데


가문 어르신들이 불시에 
구두테스트 했을때 좔좔 안나오면 
불호령에 종아리까지 맞는다고 함.

제사를 많이 지내지만 
여자들은 당연히 참석 못하고 


음식만 하다가 남자들 제사랑 식사 마치면 
허겁지겁 요기하는 분위기라고 함.

남친의 형님이 가문의 종손으로서
그 가문을 이어갈 장래의 어른이라고 함.

제사에 나타나면 수염허연 작은할아버지등
기세당당한 어르신들도
"종손께서 오셨는가.."하면서
정중히 맞이한다고 함.

식사도 종손분들(남친할아버지,아버지,형님)은
따로 드시고 겸상 안하심.

뭐 이런것들은 빙산의 일각이라고 함.

남친이 이런 사실을 미주알 고주알 털어놓는건
그러한 집안을 끔찍이도 혐오하기 때문임.

다행히 남친은 외대에서 꽤 특수한 외국어를
전공한 덕분에 먼나라 주재원으로 결정되어


나는 그런 어처구니 없는 꼴 당할일은
없을 예정이었음.

좌우간 사정이 그렇다보니
목마른 사람이 우물판다고 난 생전 관심도 없던
우리엄빠 가문에 관해서 달달 외워야 했음.

남친집안에 들어서자 영락없는 서당훈장님과
조선여인네께서 맞이해주심.

예상대로 우리집 가문내력부터 물으심

"아버님은 신ㅇ 주씨 xx대 손이시고
어머님은 능ㅇ 구씨 xx대 손이십니다."
하고 다소곳히 말씀드림.

그러자 아버님께서 화들짝 놀라시면서
하시는 말씀이 그 두성씨는
엄연히 같은 조상을 가진 동조동손 이거늘
감히 혼인을 했단 말인가 하심.

난 도대체 무슨 소린가 감도 안잡혀서 벙쪄있고
남친도 얼굴이 흙빛이 됨.

가까스로 정신줄을 다잡고 
그런걸 잘은 모르지만 동성동본도 아니시고


또 동성동본 불혼법도 없어진지 
오래라고 알고있는데 그게 안되는 건지요?
하자

"안되다마다 
그 두 가문은 본래 같은 뿌리로서 블라블라..
또한 김ㅇ김씨와 김ㅇ허씨도
신라시대의 블라블라.."


무슨 말씀인지 하나도 이해가 안됐지만
당신 가문의 내력뿐 아니라


남의 가문의 유래까지 저토록 해박하시다는게
더 신기했음.

"아가씨가 아무리 참해도
그런 금수와같은 근본을 가진 가문출신의
딸년을 우리집안에 들일수는 없는.."

여기까지는 생생하게 기억이 나고
그 다음부턴 가물가물함.

그저 인사를 하는둥 마는둥하고 도망치다시피
그집을 뛰쳐나온것 같음.

남친이 기절초풍해서 잡았지만
소심한 내가 무슨 기운이 났는지


억세게 뿌리치고 바로 집으로 돌아와서
문 걸어 잠그고 폰도 꺼버림.

일주일 동안 남친은 난리났지만
일체 접촉을 금하고
혼자서 곰곰히 생각하고 또 했음.

상대부모님께서 우리부모님을 
"금수"라고 칭한걸
차마 가족들에게 말할수도 없고

친구들에게 상담해봤자
21세기에 이런 스토리가 
아예 접수조차 안될것 같고.. 

정말 저희 부모님은 
결혼해선 안될 분들이셨는지, 
그리고 그 사이에서 태어난 저는
금수같은x이라는 소리를 들을만큼 
나쁜건지 진짜로 알고싶습니다.

+후기

결론은 헤어졌습니다.
남친은 풀어보려고 안간힘을 썼지만
저로서는 난생 처음 받아본
너무나도 큰 상처였나 봅니다.

이 데미지를 벗어나는것 자체에
엄청난 시관과 노력이 필요할것 같다는
설득에 결국 수긍 하더군요.

그 사람으로서도 냉정을 찾고보니
그집안 가풍이라는 견고한 벽을 깬다는건
불가능 하다는걸 자각한 눈치였습니다.

여담이지만서도 남친의 6촌누님이 예전에
결혼상대라고 데려온 남자가 있었는데


그야말로 어디 한군데 빠지는 구석이라곤
없는 분이셨답니다.


그런데 하필 그분의 성이 "천방지추마골피"
중 하나라는 이유로 개처럼 쫓아낸걸 
가문의 영광으로 여기는 집안이랍니다.


어른들 눈에 흙이 들어가기 전엔
상놈성씨 가진 손주 나오는꼴 못보신다면서요;

참..답없죠!
절대로 변할수있는 가문이 아닙니다.

서로의 행복을 빌면서 원만하게 정리했고
지금은..후폭풍을 견뎌내는 중입니다..

가족과 지인들에겐
그냥 성격차로 헤어졌다고 둘러댔습니다.

부모님까지 금수취급 받아서 파혼했다는
사실은 그냥 평생 묻어두려고 합니다.

살다보면 이보다 더한일도 얼마든지 있겠죠
좋은 인생경험 이라고 여기고
즐겁게 살아볼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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