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다반사 이야기

네이트판 레전드 - 왕따였던 동창이 남편 사장의 와이프 2편

트러블메이킹 2021. 5. 9.

 

- 사장의 와이프 댓글 반격 -


너희랑 마주치고 싶지 않아서
3교시 시장할 시간에 맞춰 

엄마와 학교에 가서 울면서 

자퇴서를 내고 왔던 그날은
지금도 잊을 수가 없어.
아직도 그날 일을 꿈에서 보기도 해.

무심코 던진 돌에 개구리는 맞아죽는 법이야.

니가 무심코 휘두른 니말에 

휘청거리던 나는 기억에 없니?

어린 시절 너희가 한때 부린 호기를
나 혼자 가슴에 담아둔건지도 모르지.

근데 내 마음속엔 아직도 상처받고 

슬퍼하는 17살의 내가 있어.

동네가 작아 초,중학교를 다 같이 다닌 애들이
고등학교까지 올라왔다는걸 엄마가 아시고

입학식 날 아침부터 학교가던 내 뒤통수에 대고
우리 엄마가 시골애들은 드세서 텃세 부릴텐데

걱정하시던게 생각나서 자퇴를 결심하기까지
단 한번도 집에는 얘기도 못하고 혼자 앓았어.

아빠의 사업실패로 시골에 내려오게 된걸로도
충분히 슬퍼하던 엄마의 속상함을
나까지 얹어드릴 수 없어서 한마디도 못했어.

학교에서 돌아오면
이불 뒤집어쓰고 누워서 우는게
내 일상이었어.

남들은 열심히 하자.
원하는 대학 이름, 적당한 명언
등을 써 붙여 놓을때

나는 너희들 이름 한자한자
힘주어 눌러쓴 종이쪼가리 한장을 붙여놨었어.

니 말마따나 꼴찌를 도맡아하던 내가
서울대는 아니어도 남들이 알아주는 대학을
나올 수 있었던 원동력이었어.

천식으로 인해 늘 먹던 스테로이드제
그 부작용으로 인해 점점 찌는 살을
이 악물고 뺄 수 있었던 이유도
그 별것 아닌 종이쪼가리 한 장이었어.

애들 아빠가 처음 사업 시작 할 때
너무 힘들게 살아서 안된 마음에 입사 시켰다는
직원 중 유일한 고졸.
 
그게 니 남편이고 그 사람의 부인이 너였다는걸
둘째 돌잔치에서 봤을때 옳타꾸나 싶었던게
솔직한 심정이야.

못된 마음먹고 애들 아빠한테
니가 왕따의 주동자 중 하나였다고
말했던걸 부정하진 않아.

넌 단 한 번 그랬을 뿐인데
내가 그런 마음을 먹은게 원망스럽니?

원망할 것 없어.
나도 단 한 번 애들 아빠한테 말한 것뿐이니까.

돌잔치 이후로 매일 밤
내가 너무 과거에 묶여서 벗어나지 못하나
이제 그만 용서할까 생각하면서 잠들었다가도

다음날 일어나면 속에서 천불이 나
그래도 잊어야지 마음먹고 돌아서면 
또 생각이 나

지금 보면 
우습지도 않은 너 같은 애들한테 당하고
내 인생에 큰 오점으로 남은
" 고등학교 자퇴 " 가 

너희들 때문이었다는게
견딜 수 없이 화가 나.

아직도 치유받지 못한 내 상처들이
14년이 지난 지금도 나를 괴롭히고
친구 많고 사람 좋아하던 내 외향적인 성격이
12평짜리 월세방에 사는 너같은 애들 때문에
늘 경계하고 소심하고 내성적으로 변했다는게
화가 나.

넌 씻은 듯 잊고 발 뻗고 편히 살아왔는데
난 그로인해 학교를 자퇴하기까지 했었다는게
견딜 수 없이 억울해.

너는
그때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생각이 짧구나

네이트판 보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데
혹여라도 내가 불 수 있다는 생각까지는 
하지도 못하고 이렇게 내 상처되는 
부분을 헤집어놓는 글을 올렸겠지.

사장 부인과 말단사원 부인으로 
만나지 않았더라면
너는 여전히 나한테 준 상처따위
아무것도 아니었다는 듯
기억도 못한 채로 살겠지.

속 좁고 유치한 나는 
어차피 아웃소싱 생산직 말고는 
딱히 받아줄 만한 곳도 없을 니 남편이 
퇴사하지 않길 바래.

너 역시 어떤 일이 생겨도 지금처럼
내가 뭘 잘못했냐고 떳떳하게
고개 빳빳하게 들고 살길 바래.

그래야 무너져가는 너를 보는 나도
마음 약해지지 않지 않겠니?

 

- 왕따시켰던 글쓴이의 비굴한 사과 -

 

미안해... 내가.. 
미안하게 생각하고 있어.. 
내 남편은 무슨 죄야.. 


내 욕도 많지만 밑에 사람들 좀 봐.. 
니 욕도 많잖아.. 


내가 사과할 테니까 
내 남편은 괴롭히지 말아줬으면 좋겠어.. 

 


- 충격적인 사장 와이프의 마지막 답변 -

 

애시당초 니가 처음 올린글에서 
조금이라도 미안하게 생각한다는 
뉘앙스만 풍겼더라도
 
이렇게까지 그때를 되새김질하면서 
화나지 않았을 거고
 
조금이라도 제대로 된 사과만 했더라도 
이렇게까지 악에 받치지는 않았을 거야. 

네 남편이 무슨 죄냐고? 
부부는 결혼하면서부터  
같은 운명선을 타는 거야. 

네 남편은 과거의 너를 알고도 
그리고 그 피해자가 나라는걸 알고도 
그저 가만히 있던 죄지 무슨 죄겠니? 

하긴 네 남편에게도 
니가 처음 올렸던 글처럼 
니가 저지른 잘못은 최대한 축소시켜 말했겠지. 

지금은 이름도 기억이 안나는 
지금의 벤토린과 같은 회색 기관지 확장제 
그 약 다 빼놓은 거 너잖아. 
모를 줄 알았니? 

그 시골에서 천식발작으로  
읍내 병원까지 나가던 2시간 동안 
나는 생명의 위협을 느꼈어. 

하루 쉬고 다음날 학교에 갔을 때 
내 책상에 쓰여있던 
" 목숨도 질긴년 " 도 니가 썼다는 거 들었어. 

내가 자퇴까지 결심하게 된 계기가 너였어. 

그렇게 할 사과였다면 
차라리 하지 말지 그랬니. 

그랬더라면 이렇게 여러사람이 보는 글에 
니가 저지른 일을 쓰지는 않았을 텐데. 

넌 니가 주동한 건 단 한 번이었고 
그 외에는 모두 방관했다고 생각하니? 
그래서 억울해? 

왜? 
내가 모르는 줄 알았으니까? 

그때 니가 방관만 했더라면 
나는 오히려 너를 고맙게 느꼈겠지. 

댓글들을 읽어보니 방관자도 잘못이라는데 
나는 방관자들이 고마웠어. 

차라리 모르는 척하거나 구경만 하는게 
너처럼 나서서 날 궁지로 모는 것에 비하면 
정말 고마웠어. 

무관심은 슬픈 거라는데 나는 고맙더라. 
니가 단지 방관만 했을 뿐이라면
 
단 한번의 주동만 있었다면 
나는 우리 둘째 돌잔치에서 너를 보고 
조금은 반가웠거나 모른척했을지도 몰라. 

내 욕도 많다고? 
나도 눈이 있으니 알아. 

근데 나 그런거 신경 안쓰고 사는 사람이야. 
남이 나한테 하는 욕은 맞든 틀리든 
흘려버리는 게 편하다는 걸 
너희들 덕분에 알게 됐거든. 

아마 공과 사를 구분하라는 다른 사람들의 말 
그 말을 듣는다면 
사적인 인정으로 채용한 네 남편부터  
사직시켜야 옳겠지. 

지난번에 무슨 일이냐고 묻는 애들 아빠에게 
니가 왕따 주동자 중 하나였다 
는 소리 밖에 안했지만. 

오늘은 니가 쓴 글들과 내가 쓴 글들 
그리고 거기에 달린 댓글들까지 
여과 없이 보여주려고 해. 
네 남편이 아직은 퇴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는 말과 함께. 

차라리 찾아와서 미안하다고 하지 그랬니. 
그럼 내 마음에 숨어사는삐뚤어진 17살의 내가 
흔들렸을지도 모르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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