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다반사 이야기

네이트판 레전드 - 두번 프러포즈 받았는데 황당한 예비신부

트러블메이킹 2021. 5. 10.

 

안녕하세요.
이제 곧 결혼을 앞둔 예비신부입니다.


너무 속이 상하고 우울한데
어디다 말해도 믿어주지도 않을 것 같고
제 얼굴에 먹칠하는 꼴이라 말도 못하겠습니다.

털어놓는 것만으로도 위안이 되지 싶어
이렇게 글을 써봅니다ㅠㅠ

제가 좀 장황하게 설명하는 편이라
길어지게 되면.. 미리 죄송합니다..

저는 28살이고
올 6월에 결혼을 앞둔 예비신부입니다.

예비신랑과는 1년 반을 사귀었고
저보다 3살 많습니다.

예비신랑은 컴퓨터를 전공했고
지금 게임회사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IT업종 일하는 사람 만나는 분들은 아실거에요.
출퇴근이 대중없습니다.

바쁠때는 회사에서 밤새기도 일쑤지만
그래도 저에게 최선을 다해 노력해주는게
참 고맙습니다.

저도 사회생활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직업상 바쁜 문제로는 한번도 뭐라한적 없고요.

바쁜 와중에도 틈틈이 축구를 하고
좋아하는 게임을 하는 것 역시 이해했습니다.

저도 게임에 대해 아주 문외한은 아니기 때문에
그 사람이 하는 게임을 같이 하기도 했고요.

아무튼 그렇게 저희는 별문제 없이 만나왔고
나이가 있으니 상견례를 하게 되었고
얼마전부터 본격적으로 결혼 준비에 돌입해
날짜를 좀 빨리 급하게 잡게 되었어요.

그런데 이 사람이 어디서
프러포즈를 꼭 해야한다는 말을 들었나봅니다.

여자입장에서 당연히 좋고 고마운 일이죠.
평생에 한 번 뿐인 프러포즈니까요.

거창한 거 바란것도 아닙니다.
물론 여자마음이야 끝도 없지만 ~

그런데.. 지지난 주 웬일로 야근을 하지 않아
평일에 저녁을 함께 먹게 되었습니다.
밥집에서 밥을 시켰는데..

갑자기 제 손을 잡더니 이렇게 말하네요.

" 지금부터 내 말 잘 들어.
내가 이제부터 너한테 프러포즈를 할거야.
나는 니가 너무 좋고 어쩌고저쩌고.."

김이 펄펄 날리는 낙지덮밥이랑 제육덮밥을
앞에 두고 장미꽃 한송이도 없이
이렇게 말했습니다.

황당해서 말이 안나오더라구요.

나중에 자기 혼자 신났는지
자기네 회사 팀장님한테 들은 얘기라며
꼭 프러포즈를 해야 한다더라
이러면 프러포즈 한거지?
라며 앞에서 말하는데..

숟가락으로 마빡을 한 대 치고 싶었습니다.

받았다고도 말할 수 없고
안 받았다고 말할 수도 없고...

결국 하루 이틀 지나서
오빠 솔직히 나 쪼끔 김이 샜는데..
아무리 그래도 평생에 한 번 하는 프러포즈인데
똑같은 말 한마디라도
좀 분위기 있는 곳에서 해주면 안되는 거였냐
꼭 덮밥집에서 해야하는 얘기였냐
카페에서라도 했으면 좋지 않았겠냐..

그래도 본인은 프러포즈라고 한건데
함부로 말하면 기분 상할까봐
좋게 좋게 말했습니다.

그러더니 며칠 전
저에게 서프라이즈로!!
두 번째 프러포즈를 해주었습니다.

사이버 세상에서요.
게임같이 한다고 했잖아요..

간만에 게임 좀 같이 하자고 해서
알았다고 하고 접속했더니 공지창이 뜨대요
제 아이디와 예랑이 아이디가 뜨면서..
무슨 파티가 열린다고
어느 맵;;으로 오라고..............

화려하네요...화려합디다..정말로..

얼마나 게임머니를 쓰고 현찰아이템을 썼는지
참 으리으리하게 꾸며놓고..

참고로 그 게임에는
캐릭터끼리 결혼할 수 있는 제도가 있어요.

본인 회사의 모든 동료 프로그래머들과
게임상에서 알게 된 다른 유저들(저는 모르는)
이 정말 바글바글하게 모여있고

그렇게 수십, 수백의 사람이 아닌
캐릭터들 앞에서 프러포즈를 했습니다.

저보다 다들 게임을 많이 하시는 분들이니
아주 뭐 저는 듣도 보도 못한 아이템들을
각종 이벤트 효과들로 제 노트북 모니터는
막 번쩍번쩍 휘황찬란하게 빛나고

각종 현실세계에서 찾아보기도 힘든
각 직업의 고수들께서 자신들의 기술을 써가며
화면을 더 번쩍번쩍하게 만들어주시고..
아이템, 게임머니 선물도 보내주시고..

저 부자 됐어요.

30분도 안되는 시간동안
제가 벌어들인 돈이 얼만줄 아세요?

무려 7천만이 넘습니다.
장난 아니죠??

현실에서는 700원만큼도 안되는 빌어쳐먹을 ..

감사합니다..와..신난다..감사해요..라며..
그렇게 전설의 용사들 앞에서 약혼을 했습니다.

여기에 글 쓰시는 분들처럼
저도 담담하게 제 이야기 쓰고 싶었는데
두 번째 프러포즈에서는
정말 감정이 좀 자제가 안됐네요..

저 정말 너무 속상합니다.
본인이 일하는 회사, 본인이 만나는 사람들이
IT와 게임업계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그쪽에서는 
다소 쇼킹하면서도 
엄청나게 획기적이고 
신선한 프러포즈를 했다고 자랑인가봅니다.

저는 어디서 말도 못하겠는데요.

제 주변에는
여자친구 발을 씻겨주는 이벤트라든지
요트를 빌려 프러포즈 받은 사람도 있어요.

저도 손발이 오글거리는 거 싫어하고
쓸데없이 과장된 것도 싫어해서
저런건 저도 싫지만

그저 조용한 차 안에서
조용히 내 손 붙잡고
야경 바라보며 " 결혼해줘 "라고 말하는 거.

그거 하나 바라는 게 이렇게나 ..
그릇된 욕심인가요.

창피하고 속상하고
도대체 어떻게 말해야 될지도 모르겠고

솔직히 이걸 ...................
31살 먹은 남자가 하는짓이라고
누가 믿기나 하겠습니까.

저도 돌겠습니다.
저 정말 환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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